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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영화, 무엇을 슬퍼하나
배우 채드윅 보즈먼의 빈자리를 섣불리 메우지 않는 방식으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추모와 헌사, 그리고 애도를 지속한다. 보즈먼은 2016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 <블랙 팬서>를 마무리지은 뒤, 속편 준비까지 착수한 2020년 8월에 급작스러운 병세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온전히 ‘부재’한다. 케빈 파이기는 일찌감치 “티찰라 역에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거나, 혹은 채드윅 보즈먼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상징적 얼굴이 사라진 이후 시리즈의 고유성이 퇴색될까 염려했던 관객을 안심시켰다. <블랙 팬서>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으로 즉위한 티찰라의 이야기로 시작했다면, 이번 신작은 젊은 왕의 장례식으로 문을 연다. 미국 ‘야후! 뉴스’와 인터뷰에서 루피타 뇽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등장인물로서, 그리고 하나의 실재하는 세계로서 경험한 상실의 아픔을 깊이 존중해주었다.” 동시에 라이언 쿠글러가 더한 말도 놀랍다. “캐스팅의 변화(채드윅 보즈먼의 죽음)만큼 달라진 것은 없다. 속편은 처음부터 슬픔의 톤이 강했다.” 보즈먼이 세상을 떠나기 전, 라이언 쿠글러는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이용해 우주의 절반을 쓸어버린 이후, 그리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클라이맥스에서 블랙 팬서가 돌아온 이후의 연장선상을 구상하고 있었다. 헐크의 핑거 스냅으로 돌아온 티찰라가 블립 이후의 삶을 재건하는 고군분투의 과정이 골자였다. 5년 동안 와칸다를 떠나 있었던 티찰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공백을 깊이 슬퍼하는 인물로 그려질 예정이었다. 이제 슬픔은 다른 사람들의 것이 되었다.
#누구의 이야기가 될 것인가
제아무리 비브라늄을 보유한 와칸다일지라도 국왕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는 풍전등화일 수밖에 없다. 티찰라의 죽음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비브라늄의 패권을 노리는 강대국의 위협을 감지한 와칸다의 수뇌부는 슬픔을 갑옷으로 둘러싼 채 우선 전투 태세에 들어간다. 그 중심인물은 <블랙 팬서> 구성원의 정통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왕이 된 라몬다(앤절라 배싯), 과학자와 지략가의 자리를 넘어 지도자로 성장해야 하는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더욱 강력해진 스파이 나키아(루피타 뇽오), 와칸다 최고의 군인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새 블랙 팬서가 될 모종의 가능성을 품게 된 음바쿠(윈스턴 듀크)가 귀환한다. 와카비 역의 대니얼 컬루야는 조던 필 감독의 <놉> 촬영 일정으로 속편 합류가 불발되었다. 대신 이번 영화에는 리리 윌리엄스/아이언하트로 첫 MCU 데뷔를 치르는 도미니크 손이 등장한다. 2016년 연재된 아이언맨 코믹스 이슈 <인빈시블 아이언 맨>에 첫 등장한 아이언하트는 15살에 MIT에 입학한 천재로, 아이언맨의 기술과 MIT 부품 일부를 훔쳐 자기만의 슈트를 만들어낸 총명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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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칸다, 얼마나 새로워졌나
<블랙 팬서>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은 프로덕션 디자이너 해나 비츨러는 속편에서 와칸다의 수도를 더욱 자세히 설계했다. 마치 “맨해튼을 내려다보듯” 복잡하게 발달한 도시국가의 모습이 보여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강 부족의 마을, 자바리 부족의 근거지 등이 새롭게 묘사된다.
#수중 국가 탈로칸의 기원은
와칸다 5개 부족의 면면을 통해 아프리카 문화의 유산을 되짚고, 그것이 곧 할리우드 최상의 스펙터클이 될 수 있음을 <블랙 팬서>는 증명해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이제 메소아메리카와 마야 문명으로 손을 뻗친다. 와칸다의 적대국 탈로칸은 코믹스에서 등장한 해저 국가 아틀란티스 위로 마야, 아즈텍 문명을 고증한 꼼꼼한 미장센을 입혀낸 결과물이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 제작진은 탈로칸을 탄생시키기까지 2년에 가까운 개발 기간을 들였고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프로덕션 가이드를 만들었다. <블랙 팬서>가 아프리카 문명을 아름답게 구현하는 동시에, 21세기의 흑인 차별이라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를 가리켰듯 탈로칸의 풍경이 멕시코 문화권을 대표해 어떤 강력함을 보여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네이머의 뒤늦은 영화 데뷔, 왜 지금인가
1939년 4월 등장한 마블 코믹스 최초의 비행 히어로로 알려진 네이머. 영화 데뷔는 참 오래 기다렸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탈로칸의 수장인 네이머는 코믹스 설정 그대로 혼혈의 뮤턴트로 등장한다. 수압에 적응한 육중한 체구와 수중 호흡 능력, 인간처럼 육지에서도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점이 네이머의 독특한 능력이다. 특히 그는 발목에 솟아난 날개로 부양한 다음 마치 공중에서 뛰는 듯 추진력을 더하는 비행 방식으로 블랙 팬서를 위협한다.
외양 면에서는 코와 귀를 뚫어 장식한 비취 장신구가 마야 신성왕을, 서로 머리를 맞댄 뱀 문양의 목걸이가 아즈텍 문명의 전통 장신구를 떠올리게 한다. 탈로칸 내에서 쿠쿨칸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깃털 달린 뱀신인 케찰코아틀의 마야식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네이머는 그 호칭에 걸맞게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왕관을 쓰고 나온다. 네이머로 MCU에 데뷔하는 배우 테노치 우에르타는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 멕시코>의 마약왕 라파엘 카로 킨테로로 잘 알려진 멕시코의 베테랑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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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악인을 만들 것인가
마이클 B. 조던이 연기한 에릭 킬몽거의 설득력 있는 분노를 통해 안타고니스트를 세공하는 능력을 입증했던 라이언 쿠글러 감독. 그랬던 그가 마블 최초의 안티히어로로도 불리는 네이머를 호출했다는 점에서부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심상치 않다. 코믹스로 놓고 보자면 마블에서는 1939년, DC 유니버스에서는 1959년에 수중 국가 아틀란티스가 처음 등장한다. 아틀란티스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는 등 지상세계에 대체로 적대적이며 폐쇄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왕국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격리를 택했던 <블랙 팬서> 초기의 와칸다를 떠올리면, 와칸다와 탈로칸은 지상과 수중에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네이머는 전편에서 티찰라의 몫이었던 고뇌를 이어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콜라이더>와 인터뷰에서 네이머를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 속 T-1000(로버트 패트릭)에 비유하며, 빌런이 아닌 대등한 적대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감독은 탈로칸의 국경을 세계에 개방하기로 결정한 네이머가 지도자로서 취하는 호전성, 냉담함을 캐릭터의 매력으로 높이 샀다. 그에게 마블 영화의 빌런은 더이상 악당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경쟁자이다.
#누가 새 블랙 팬서가 될 것인가
코믹스에서 슈리는 이미 성장을 마쳤다. 서로 다른 우주끼리 충돌하는 인커전으로 인해 티찰라가 지구 838의 비밀결사 조직 일루미나티 활동에 전념하는 동안 슈리가 국왕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슈리는 왕이 되어 와칸다를 통치하거나, 티찰라와 갈등 끝에 스스로 블랙 팬서가 되는 등 코믹스에서 이미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캐릭터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티찰라의 뒤를 이은 최강자가 될 확률이 가장 높은 인물은 그래서 단연 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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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킬몽거는 돌아올까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깜짝 이벤트로 가장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건 마이클 B. 조던의 에릭 킬몽거가 다시 나타나 블랙 팬서 슈트를 노리는 그림이다. <블랙 팬서>에서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를 대변했던 은자다카, 에릭 킬몽거는 티찰라와 전투에서 패배해 목숨을 잃었다. 그가 어떤 식으로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다크호스로 돌아온다면, 시리즈의 최대 이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B. 조던은 일찌감치 제기된 궁금증과 여러 루머들을 둘러싸고 에릭 킬몽거가 다시 등장할 확률에 관해 “1에서 10까지 가능성을 점친다면 약 2 정도 되는 확률”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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